그때의 나는 멈출 줄 몰랐다 해야 할 일은 늘 산더미였고, 머릿속엔 ‘조금만 더’라는 말이 가득했다 피곤해도 괜찮다고,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하루를 채웠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도 다음 날의 일을 떠올렸고, 주말에도 머릿속은 늘 분주했다 사람들은 열정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두려움에 쫓기고 있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나를 몰아세웠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두려워질 때쯤엔 이미 늦은 걸 알고 있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벌써 피곤했고, 커피를 마셔도 아무런 힘이 나지 않았다 일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세게 나를 몰았다 잠을 줄이고, 사람을 피하고, 생각할 틈조차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가장 힘들었던 건 몸보다 마음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 앞에선 여전히 웃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칭찬을 들어도 기쁘지 않았고, 하루가 끝나면 이유 없이 허무했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 결국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왔다 눈을 떴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라, 완전히 지쳐 있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게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건 천천히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다.
그 후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일을 하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엔 죄책감이 컸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이렇게 멈춰도 괜찮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멈춰 있으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안에는 여전히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동시에 너무 오랫동안 외면한 ‘쉬고 싶은 나’도 있었다 나는 그 두 마음 중 후자를 늘 무시해왔다 그래서 내 안의 균형이 무너졌던 거였다 쉰다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그걸 알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조금씩 나를 회복시키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요함이 익숙해졌다 일 대신 숨을 돌리는 연습을 하자 마음이 조금씩 돌아왔다 내 몸이 얼마나 긴장 속에 살았는지, 내 생각이 얼마나 조급했는지 깨닫게 됐다 그렇게 내 속도를 되찾는 일이 곧 나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가끔은 예전처럼 다시 나를 몰아붙이려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멈추려 한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이 결국 나를 부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세상은 늘 빠르게 돌아가지만, 내가 모든 걸 따라잡을 필요는 없다 누군가보다 늦더라도, 내 속도로 가면 된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 대신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이전보다 단단하다 무너진 경험이 나를 더 깊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시절엔 몰랐다 진짜 강함은 끝까지 버티는 게 아니라,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이라는 걸 나는 그 무너짐 속에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알았다 나를 잃어가며 이룬 성취는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괜찮아?” 그리고 그 질문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예전의 나였다면 멈추는 걸 두려워했겠지만, 지금은 안다 멈춤이 곧 회복이고, 무너짐이 곧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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