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잡히면 처음에는 즐거울 것 같아 기대도 한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은 분명 소중한 자리다 하지만 막상 날짜가 다가오면 괜히 가기 싫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몸이 피곤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게을러져서일까 스스로에게 이유를 물어보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저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집에만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 마음 뒤에는 사실 작은 두려움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대화해야 하는데 내 마음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내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대화 속에서 내가 소외될까 봐, 혹은 의도치 않게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까 봐 괜히 긴장된다 그래서 아예 모임 자체를 피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단순히 귀찮음이 아니라 불안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비교의 마음이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만 뒤처져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남들은 무언가를 이뤄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멈춰 있는 듯한 감각 그것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모임에 가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 나를 얹어놓고, 그 시선이 나를 평가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모임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때로는 나 자신을 가꾸지 못했다는 생각도 작용한다 피곤한 얼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차림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 모임이라는 자리는 아무래도 나를 드러내야 하는 자리인데,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나는 문 앞에서부터 발걸음을 돌리고 싶어진다 단순히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 마음 상태가 온전히 준비되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웃고 있어도 사실은 힘든 상황을 숨기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피로하게 다가온다.
모임이 싫게 느껴질 때는 사실 혼자가 주는 편안함에 더 끌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에 혼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있는 시간은 오히려 위로가 된다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것도 소중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내 안이 이미 지쳐 있는데 억지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모임을 완전히 피하는 게 해답은 아닐 것이다 모임을 거듭 거절하다 보면 오히려 관계가 멀어지고, 혼자라는 감각이 더 짙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억지로라도 나가본다 신기하게도 막상 나가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웃고 대화하다 보면 괜히 지레 겁먹었던 내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모임이 싫었던 건 결국 모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마주해야 할 내 감정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모임에 가기 싫은 마음 뒤에 숨은 이유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귀찮음이 아니었다 불안, 비교, 준비되지 못한 나, 혼자의 욕구 같은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고, 모임에도 더 건강하게 나갈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또 다른 약속 앞에서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 마음의 뒤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예전보다 한결 가볍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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